
<이동展> 개관전
2020.04.13 - 2020.04.24
pm 12 - 17
참여작가 : 김성훈, 김영희, 안석희
기획 : 김규미, 김혜원, 장명주
예술공간 이일구는 2017년 부산의 미대 재학생들이 모여 감천문화마을에서 첫 시작을 했으며, 부산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지지하고 더 많은 예술인과 함께 나누기 위해 현재 장전동으로 공간이동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실험적인 기획전시를 통해 대중들이 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넓혀 갈 것이다.이일구는 공간의 ‘이동’을 통해 이전의 ‘그곳'과 지금의 ‘이곳’에서 겪어온 문제나 한계, 결핍을 정리하고 마주할 새로운 가능성들을 기대하며 ‘이동’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전시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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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잦은 이사로 인해 떠났던 옛집과, 옛 동네 거주지의 주위 풍경은 머리가 자라 보니 많이 달라져 있었고, 사라져 있었다.
하나같이 공사장은 늘 있었고 천천히 하지만 갑작스럽게 풍경을 바꾸어 갔다. 옛 추억의 공간들 위로 지어진 새로운 건물,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 새로 지어진 건물 대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소외되고 잊히고 사라진 공간들과 기억, 감정들이었다.
이러한 관심은 ‘흔적’에 대해 기록하는 형태로 발전되었다.
나의 작품에는 주로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재개발, 폐허, 폐공장 등 하나같이 누군가에는 삶터였고, 기록이자 추억 등 개개인의 작은 역사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들이 한순간에 힘 없이, 간단하게 무너져버리는 것을 무수히 보았고 이런 공간들을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할 수 있지만 좀 더 나의 감정이 확실하게 담기길 원했다.
나의 ‘기록 회화‘들은 그저, 공간의 이미지를 남기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나의 노동력을 회화에, 투영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가볍고 실재하는지도 모르는 간접적인 디지털 이미지와 달리 그림과 나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고 나의 힘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도장, 수없는 연필 질등 반복적이고 노동적인 행위로 가득 차 만들어진 나의 작업은 직접적이다.
쉽게 사라져가는 공간들을 집요하게 도장을 찍고 수없이 많은 연필질로 가득 채우는 반복적, 노동적 행위를 통해 나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그림에 투영하고자 했다.
<수집_흔적들> 작업은 재개발 현장에서 곧 덤프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질 콘크리트 페기물들이었다.
여러 재개발 현장에 돌아다니면서 사라진 공간들이 무너져가는 상황과 현장을 잘 알고 담고 있는 것은, 사람도 아닌 부서지는 부서져가는 것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회화나 사진, 영상으로는 담을 수 없는 생생함과 직접적인 전달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개인적인 판단 기준으로 하나하나 그것들을 수집하여 수집한 날짜에 맞게 잔해 위에 도장을 찍었다.
이렇게 수집된 잔해들은 현대사회에서 수없이 없어져가고, 생겨나는 현장의 살아있는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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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우리는 존재의 진실보다는 알게된 지식과 정보를 존재의 진실이라고 믿으려 한다.
그리하여 존재의 진실, 혹은 본질은 늘 그 존재를 대하는 사람들의 '관점'에 의해 변형되며, 변형된 존재의 진실(본질)은 마침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존재(본질)와는 무관한 '인식'만이 남아 이 세상을 지배한다. 연도가 제각각인 오래된 나의 책들에는 존재와 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책을 구성하는 목재 성분을 통해 책을 구성하는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인식'을 해체시키고 책의 본질이 지닌 잠재성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찢고 구기고 파쇄하는 해체작업을 반복하였으며, 책이 지닌 형태와 빛 바랜 시간을 변형과 이동 작업을 통해 재배치하였다. 이는 우리가 지배당하고 있는 인식을 다시 해체하고 변형시켜 존재의 진실로 다가가기 위한 관점의 '이동' 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작업은 구기고 찢고 파쇄를 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책의 변형 과정 속에서 관점의 이동과 더불어 잠재성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각자의 구겨지는 형상, 존재의 본질, 잠재하고 있는 각자의 모나드(넓이나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무엇으로도 나눌 수 없는 궁극적인 실체로서 모든 존재의 기초)에 집중하기 위해 인식을 해체하고 관점을 새로이 이동시켜 잠재성이 무한한 본질을 찾고자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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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희
현대의 데미안 : 누구나 본인의 이상을 좇아 살아간다.
내면적 이상이 만들어 내는 외부의 환영의 세계와 자아가 부딪히는 모순적 상황은 누구나 겪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 상황이 오로지 자신 (나의 세계) 에 관한 것임을 스스로 알게 되었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상실감과 허무함을 안게 된다.